[오피니언]소확행 그리고 변수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조바심을 내도 하등의 소용이 없다. 차량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분명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북5환은 좀 나은편이다. 그래도 시속 30정도는 된다. 다만 순환선밖으로 나가는 갈림길이 있는 경우에는 막힌다. 특히 북경 최대, 어떤 이는 아시아 최대의 아파트단지가 있다고 하는 북쪽으로 나가는 길엔 차량의 행열이 길게 이어져 있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지체되는 안타깝고 짜증나는 현실 앞에서 앞쪽까지 가서 새치기를 하는 얌체족들이 차의 흐름을 더욱 더디게 한다.
이럴 때면 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나 생각해본다. 출퇴근시간만 세시간 이상, 회사 도착하면 기진맥진, 몇시간 후면 또 다시 퇴근길에서 반복되는 가다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기진맥진, 많은 출근족들의 일상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코로나사태는 재택근무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프로그램 몇개만 설치하면 회사에서 주로 컴퓨터로 일하는 직종일 경우에는 재택근무가 완전 가능해졌다. 일종의 사회자원절감효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재택근무자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면 교통체증도 한층 줄어들텐데, 천정부지로 솟는 부동산가격도 좀 잡히지 않을가 하는 노파심은 나이 때문일가.
차는 북5환을 지나 다시 서5환으로 접어든다. 오늘 주행의 마무리단계다. 귀가본능이 발동하면서 액셀에 힘을 싣다가 아차 한다. 가장 방심할 수 있는 마무리단계에 늘 새로운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잔불 끄기가 중요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무리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관건이다. 코로나와의 전쟁 역시 그러하다.
저녁 7시, 제5순환도로의 완주는 끝났다. 계획보다 10분정도 더 걸렸지만 이 정도는 양호한 셈이다. 계획에는 언제나 변수가 동반되니깐. 오늘의 소확행은 나름의 수확이 있다. 이 도시는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고 평범한 일상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애마야 수고했다. 다음은 제6순환도로를 신나게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