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오늘의성구"반면지교(半面之交)"'친분이돈독하지않은사이'

criPublished: 2015-01-14 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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半面之交

◎글자풀이:

절반반

◎뜻풀이:

잠깐 만난 사이인데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으로 친분이 돈독하지 않은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유래:

동한시기유명한학자응봉(應奉)은어릴때부터남달리총명하고박학다식하였다.특히기억력이비상하여자라면서생긴일들을빠짐없이기억하였으며한번보거나경험한것은절대로잊어버리지않았다.

당시 백성들의 억울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사람을 파견하여 재수사를 진행하는 일이 잦았다. 한번은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류된 소송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하여 기억력이 뛰어난 응봉이가 수사를 맡게 되었다. 24곳 지방을 돌며 수사를 끝내고 관청에 돌아온 응봉은 기록한 자료를 보지도 않고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 생긴 일들을 빠짐없이 보고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고인의묘비에새겨지는비문은신분에따라사용되는필체와문구가엄격하게규정되어있었다.따라서많은문인과학사들은비문을무척중요시했다.어느날응봉은함께수사를나온허훈(許訓)과말을타고묘지앞을지나게되었다.이때허훈이갑자기말을멈춰세웠다.

"이토록 아름다운 필체가 있다니… 필히 뛰어난 문인일 것이야."

화려한 필체와 아름다운 문구가 새겨진 비석을 본 허훈은 말에서 내렸다. 그는 비석 가까이 다가가 장문의 비석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응봉은 비문을 대충 눈으로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말에서 내려서 볼것까지 있습니까? 돌아가면 내가 그대로 적어줄테니 그만 타시지요."

허훈은 속으로 몹시 언짢았다. 응봉이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긴 비문을 한번 보고 기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허훈이 끝까지 믿지 않자 응봉은 할수없이 말에서 내렸다. 그는 비석을 등지고 서서 먼 산을 바라보며 비문을 읊어내려갔다.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읊었지만 허훈은 여전히 반신반의하였다.

"분명 어디선가 이 비문을 본 적이 있을 것이야."

허훈은 응봉을 시험하기로 했다. 허훈은 오는 길에 관사며 빈객, 병사, 그리고 많은 하인들을 만나면서 생긴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도성에 도착하자 기록한 내용을 응봉에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기록한 내용들일세. 한번 보게나."

응봉은 대충 넘겨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빠뜨린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소홀한 것 아닙니까?"

응봉의 말에 허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빠뜨리다니... 대체 어느 부분이란 말이오? "

그러자 응봉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영천륜씨(潁川綸氏)집에서물을마시며목을축였던일을까맣게잊으셨단말입니까?기록에빠져있지않습니까."

그때야 기억이 떠오른 허훈은 응봉의 기억력에 탄복하고 말았다.

응봉이팽성(彭城)에있는원하(袁賀)를찾아갔을때의일이다.주인이외출중이라대문은굳게닫혀있었다.그가되돌아가려고할때하인한명이문을빼꼼히열었다.그하인은얼굴반쪽만내밀더니차갑게몇마디던지고는귀찮다는듯이대문을닫아버렸다.

그 뒤 수십 년이 흐른 어느날 길을 가던 응봉은 우연히 그 하인과 마주쳐 아는체하였다. 느닷없이 인사를 건네받은 하인은 당황하며 누구시냐고 물어왔다.

"나를 모르시겠는가? 하기야 나와는 '반면지교' 밖에 없으니 무리도 아니지. 옛날 팽성 원하네 있지 않았느냐?"

응봉은 이렇게까지 설명했지만 하인은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듯 고개만 갸우뚱했다.

이는후한응봉전(應奉傳)에나오는이야기이다.반면지교(半面之交)란잠깐만난사이인데얼굴을기억하고있다는뜻으로친분이돈독하지않은사이를이르는말이다.한두번만나약간의교분이있음을표현할때도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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