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이야기] 나와 연태 그리고 황혼(박금숙)

2017-05-16 10:00:13 CRI

연변을 떠나 연태에 온지도 어느덧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처음 연변을 떠날 때는 “중국지도에서도 편벽한 곳에 있는 연태에서의 삶이 고독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해결할수 있으리라는 의지로 새로운 려정에 올랐다.

나는 그간 황해바다와 린접해있는 연태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연태방송국 번역일도 하고 어머니 병시중도 들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교육사업은 나라와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위한 중대한 사업인만큼 나는 최선을 다해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였고 그 대가로 학생들의 좋은 평판을 받아 항상 즐겁고 신났다. 세월과 함께 나는 더욱 성장하였고 더불어 짭짤한 경제수입은 생활을 윤택하게, 다채롭게 해주었다. 또한 매년 가을이면 연길에 있는 큰형님이 1년 먹고도 남을 고추가루, 잣, 개암, 더덕, 도라지 등 우리 민족 특산품을 박스들이로 부쳐보낸다. 더불어 친구들도 이따금 목이, 말린 명태 등 찬거리를 보내준다. 이렇게 고마운분들 덕분에 나는 고향의 입맛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나와 14년의 세월을 함께 한 연태는 천여년을 내려오며 자연재해가 없다고 자랑하는 곳으로 기후도 좋고 깨끗하고 먹거리가 풍부하며 음식도 우리 조선족의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연태에 있는 조선족은 3만여명이 되며 시내를 거닐다보면 우리 민족 음식점 간판도 눈에 자주 띄고 우리 노래가락도 심심찮게 들린다. 요즘은 워이신을 통해 각종 성씨모임방, 고향친구모임방, 띠모임방 등을 만들고 건강한 삶을 위해 서로 정보를 교류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아득히 먼 고향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문안하며 참 편하게들 산다.

워이신에 들어가면 아름답게 꾸민 격려의 메시지가 있는가 하면 연변랭면, 연변보신탕, 연변닭곰 등 전통음식을 어디에 가면 살수 있는지도 금방 알수 있다. 전문 연변특산품, 흑룡강특산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들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상부상조한다. 때로는 정겨운 고향땅에 두고 온 많은 사연들을 나누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

나를 포함하여 젊은이들은 연태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연태는 젊은이들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꿈을 펼칠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차세대들은 주로 음식업, 보험업, 가공무역업, 복장가공업, 기계조립, 의사, 통역, 교원, 공무원 등 분야에서 활약하고있다. 분주하게, 힘들게 살아가는것 같지만 나름 풍부하고 윤택나는 삶을 영위해가고있다. 타민족과도 화목하게 잘 지내면서 공동발전에 힘 다하고있다.

이제 래년이 되면 나도 연태에서 정년퇴직을 맞게 된다. 요즘은 하고싶은 많은 일들을 남기고 퇴직하는 아쉬움때문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나는 맑고 고운 심성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며 고독을 잊고 그 누구하고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푸근한 할머니로 늙어가고싶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니 민족의 풍속과 습관이 합쳐져 조화로운 삶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고향의 내음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연태에도 황혼을 멋 있고 우아하게 보낼수 있는 활동의 장이 마련되여있다.

연태에는 조선족 과학기술문화인협회, 녀성협회, 로인협회, 예술단 등 민간단체가 생겨나 건강한 조선족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하고있다. 과학기술문화인협회는 조선족의 력사, 연해도시 조선족공동체의 현황과 문화변천, 차세대들의 주류민족과의 동화, 건강상식 등 주제강연을 조직하고 생활이 어려운 조선족대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해주는 등 역할을 한다. 녀성협회에서도 효도잔치, 과일따기체험, 봄소풍, 전통음식 만들기, 우리 말 가르치기, 불우이웃돕기, 환경보호 등 다양한 활동을 조직하고있다. 로인협회는 로인들이 타향에서 즐거운 로년을 보내게 하기 위해 각종 뜻 깊은 활동을 조직하고있다.

나는 작년부터 녀성협회에 가입하여 3.8절맞이행사, 봄소풍, 한국 경상남도 녀성협회간 교류 등 행사에 참가했다. 행사때마다 노래방기계 한대만 있으면 모두들 신명나 춤을 추며 우리 노래가락을 열창한다. 몸은 비록 타향에 있지만 노래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는 우리 민족의 신명나는 몸짓만은 여전하다. 대부분 젊은이들은 고중을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났고 또 사회에 진출해서는 일하느라 바빴을텐데 언제 저렇게 우리 민족 노래가락을 익혔을가? 참으로 고맙고 기특한 차세대들이다.

지난 4월에 나는 연태 라이산조선족로인협회 성립 20주년 기념행사 사회를 맡은적이 있다. 라이산조선족로인협회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더불어 잘살아보려고 고향을 떠나온분들과 로년에 그 자식들을 따라 정겨운 고향땅을 떠나 연태 라이산에 정착한 조선족로인들로 무어진 조직이다. 이번 행사는 많은 조선족기업인들이 물심량면으로 도움을 주었고 라이산조선족녀성협회에서도 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주어 원만히 진행되였다.

행사는 조선족예술단의 “반갑습니다”의 합주곡으로 시작하여 나의 개회사에 이어 라이산지회 회장님의 로인협회에서 해온 다채로운 활동에 대한 의미 깊은 종결발언과 찬사를 듬뿍 담은 총회 회장님의 축사가 있었다. 다음으로는 공로상 수상식에 이어 문예공연이 진행되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느덧 예쁜 할머니, 멋쟁이할아버지로 변신하여 무대에 올랐다. 공연 내내 로인들과 녀성협회 회원들은 우리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축하공연에 이어 로인협회에서 준비한 푸짐한 우리 민족 전통음식밥상이 차려졌다. 오랜만에 고사리무침, 더덕구이, 녹두묵무침, 보신탕, 육개장 등 추억이 담긴 맛 있는 음식을 먹으니 마치 고향집에 온것 같이 마음이 푸근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들 “준비 있는 로년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준비 있는 로년이란 건강관리를 잘하고 일정한 경제력도 갖추어 자기가 하고싶은 취미생활을 할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바쁜 교직생활 틈틈이 춤도 배우고 서예와 피아노도 배우고있다. 앞으로 외국어공부, 사진공부도 할 계획이다. 훌륭하게 배워내리라는 욕심은 없고 단지 행복한 로년생활을 할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만년을 연태에서 보낼것을 생각하니 나는 연변의 아름다운 산이 그립다. 휴일이면 찾는 시민들이 많아 성황을 이룬다는 연태 곤유산도 장백산에 비하면 초라해보이기만 한다. 또 연태의 해산물이 아무리 풍부하다 한들 고향산의 풋풋한 산나물로 차려진 계절밥상을 대체할수는 없으리라. 봄에는 곰취, 두릅나물, 고사리 그리고 여름에는 송이버섯, 가을에는 더덕, 도라지, 목이, 겨울에는 명태무침… 생각만 해도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이는 우리 민족 먹거리는 아무데서나 나는것이 아니기때문이다. 고향의 밥상은 고향의 안락함과 따스한 혈육의 정, 명절의 분위기 등 수많은 다정다감한 사연을 되새기게 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남는다. 나는 고향을 가슴에 간직하고 연태의 바다와 바람과 더불어 생명의 찬가를 부르며 씩씩하게 인생의 황혼을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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